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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공감

장마와 능소화

by 동기에너지 202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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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는 즈음에 피는 꽃이 있지요. 고온 다습한 장마전선 예보가 전해질 때면 초록 바탕에 선명하고 여리디 여린잎을 피워내지요.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이어가며 도로에 흔히 보이기도 하고, 동네 어귀에서 발견하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태에 매료되어 서성이기도 하지요. 꽃이 질 때는 동백꽃처럼 통째로 낙화해선지 처녀꽃이라 불리기도 하고 양반꽃이라 불리기도 하는 능소화

 

 

 

저녁 산책 길

 

 

 

이 꽃의 전설도 있는데요. “옛날 왕의 사랑을 받는 ‘소화’라는 아름다운 궁녀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왕의 발길이 끊겼고 소화는 날마다 마당을 서성이고 담밖을 바라보며 왕을 기다렸다. 그래도 왕은 오지 않았고 그리움에 사무쳐 상사병이 걸린 소화는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그해 여름 소화의 처소 담장에 꽃이 피어나 담장 밖으로 주렁주렁 매달렸다. 먼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듯 모습에서 왕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소화가 떠올려져 능소화가 됐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꽃은 차와 약용으로 쓰고, 줄기와 뿌리도 한약재로도 쓰였는데

한때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 위험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답니다. 자칫하며 이 어여쁜 꽃을 못 볼뻔 했네요. 옛날 문과에 장원급제한 사람이나 암행어사 모자에 꽂은 꽃이라 어사화라고도 했답니다.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 기쁨, 그리움, 기다림입니다. 작렬하는 뜨거운 태양아래서는 어떤 기쁨이, 비 오는 날에는 더 짙은 그리움이 느껴지게도 하는 능소화

시 한편으로 마무리 합니다.

 

 

 

 

<능소화 -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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